용인음주운전변호사 [조희연의 시대사색]EU와 같은 ‘동아시아 평화연합’을 상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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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폐허 위에 협력의 씨앗을 뿌렸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는 과거의 적대감을 넘어서 1952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출범시켰고, 1993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마침내 EU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들의 선택은 단순한 경제 통합이 아니라, 전쟁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문명적 결단이었다. 전쟁의 참화를 몸소 겪은 이들이기에, 평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었다.
반면 동북아는 아직도 제국주의의 상흔을 안고 있다. 영토 분쟁, 역사 문제, 북한 문제는 여전히 지역 협력의 발목을 잡는다. 우리는 이 문제들을 국가 간 이해관계의 틀로만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초국가적 상상력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까? 지금이야말로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향한 공동의 비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안중근·쑨원, 초국가적 평화의 꿈
100여년 전,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며 한·중·일이 공동은행, 공동화폐 나아가 공동군대까지 갖는 ‘동양평화회의’를 제안했다. 여순을 중립지대로 삼아 평화의 본부를 세우자는 그의 구상은, 제국주의에 맞선 대항의 아시아주의이자 인민 연대의 비전이었다. 그는 단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초국가적 평화사상을 품은 사상가였다.
근대 중국의 쑨원 또한 ‘왕도’와 ‘패도’를 구분하며, 서구의 강권적 문명을 ‘패도’로 규정하고 도덕과 인류애에 기반한 ‘왕도’를 새로운 세계질서로 제시했다. 이들은 모두 국경을 넘어선 윤리적 상상력을 품은 사상가들이었다. 이들의 사상은 단지 이상주의적 몽상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폭력에 맞서 인간 존엄과 평화를 지키려는 실천적 철학이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세계는 다시 분열되었다. 사회주의권은 중·소 분쟁 등으로 국제주의를 잃었고, 자유진영은 미국 중심의 동맹에 갇혔다. 그사이 유럽만이 독자적인 지역연합을 발전시켰다. 동북아는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 있다. 초국가적 평화사상은 점차 기억에서 지워졌고, 현실 정치의 계산 속에 묻혀버렸다.
물론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미흡한 반성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종군위안부, 강제동원, 전쟁 책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동북아는 100년 전과는 다르다. 한국은 세계 10대 무역대국이자 문화강국으로 부상했고, 중국은 ‘주요 2개국(G2)’으로 불릴 만큼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갖췄다. 일본의 ‘대동아공영권’은 역사 속 유물로 사라졌지만, 이제는 중국 중심의 ‘팍스 시니카’가 새로운 패권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는다. 동북아는 또다시 패권의 파행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한국전쟁의 진정한 종결과 아시아의 식민문제 청산을 전제로 평화, 생태, 다문화 공존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연합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한국은 피식민의 기억과 약소민족의 시선을 가진 나라로서, 이 상상의 중심에 설 자격이 있다. 아시아에는 많은 국경을 넘는 우애의 친구들이 있다. 일본에서도 제국 패권의 향수에 매몰된 이들이 한편에 있으나, 다른 한편에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통렬히 반성하고 우애의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고된 행진을 계속하는 이들이 있다.
세계 질서의 퇴행과 초국적 상상
오늘날 세계는 역사적 퇴행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자국우선주의, 복고적 민족주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민족국가의 시민권은 국경을 넘는 인간을 배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이민자, 난민,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여전히 주변화되고 있으며,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일상화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은 100년 전처럼 강대국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삼던 ‘영토 확장형 제국주의’의 시대가 아니다. 디지털·인공지능 기술혁명을 기반으로 실시간 전 지구적 소통이 이루어지고,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과 관광객·이주민·난민 등 초국가적 인간 이동이 일상화되어, 새로운 현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랜스내셔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국경을 넘어선 인간의 존엄, 공동의 규범, 평화의 윤리를 다시 상상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초국가적 평화 구상이 제안되어 왔다. 서울에 유엔 제5사무국을 두자는 제안, ‘유엔 동아시아평화대학’ 설립 구상,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 김영호 교수 등 한·일 지식인들의 아세안(ASEAN)+3 기반 동아시아 공동체 제안 등은 모두 이 상상의 연장선에 있다. 이들은 단지 외교 전략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적 전환을 위한 제언이었다.
‘동아시아 평화연합’이라는 틀 속에서는 ‘아시아 형사법정’과 같은 제도적 상상도 가능하다. 북한 문제 역시 집단적 지역안보체제 안에서 새롭게 논의될 수 있다.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자본에 맞서, 초국가적 공적 규제 질서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 팬데믹 공동대응, 디지털 윤리 구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2000년대 세계사회포럼에서 외쳤던 “Another world is possible(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이라는 구호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는 이제 민주·진보적 세계관을 ‘대안적 지구화’로 확장해야 한다. 지배적 상상과 민중적 상상이 경합하는 이 시점에서, 인간 고유의 창의적 상상력이야말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다.
챗GPT를 마주하며 학생들에게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하던 나는, 오늘도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동아시아 평화연합. 그것은 단지 이상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해야 할 미래의 이름이다.
공공기관 기록관리 평가에서 지방검찰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과 국·공립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행정기관 중에선 국가인권위원회가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1일 248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록관리 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기록관리 평가는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개선하기 위해 479개 기관을 유형별로 구분해 격년으로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중앙행정기관 55개, 특별지방행정기관 151개, 국·공립대 42개 등 총 248개 기관을 평가했다. 평가는 기록관리 업무기반 등 10∼16개 정량·정성 평가지표를 적용해 기관별로 5개 등급(가∼마)을 부여했다.
평가 결과 공공기관 전체 평균 점수는 76.9점으로 직전(2023년) 평가 대비 0.6점 하락했다. 기관 유형별로는 중앙행정기관은 평균 90.3점, 국·공립대 71.9점, 특별지방행정기관은 68.7점을 받았다.
중앙행정기관 중에선 농촌진흥청,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38개 기관이 최상위 ‘가’ 등급을 받았다.
농촌진흥청은 개청 100주년을 계기로 독립 기록관 신축을 추진하며, 이용자 경험관리 기법을 반영한 설계 등 기록관리 환경 개선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했다. 특히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과 운영 방향 구체화는 기록관리의 선도적 사례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국가기록원은 설명했다.
특별지방행정기관과 국·공립대는 라·마 등급 비율이 20%를 넘어 개선이 필요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 중에선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일하게 최하위인 ‘마’ 등급을 받았다.
국가기록원은 평가 대상 기관에 종합결과와 기관별 분석 보고서를 제공해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국가기록원은 기록관리를 총괄·조정하는 기관으로서, 미래 세대의 귀중한 자산인 기록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모든 공공기관의 기록관리 인식 제고 및 역량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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